펌)데자뷔 살인

잡학

펌)데자뷔 살인

장춘몽 2021. 4. 3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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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야... 지금 현관 밖에 어떤 남자가 칼을 들고 서 있다니까”

수진이 잔뜩 겁에 질린 음성으로 친구에게 말했다. 수진은 퇴근 후 샤워를 끝내고 친한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며 자신의 저녁거리를 만드는 중이었다. 그때, 현관 밖으로부터 낯선 인기척이 엄습해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누군가가 수진의 자취방 현관문을 필요 이상으로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 의문의 사람은 수차례 방문 목적을 묻는 수진의 말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수진은 곧장 인터폰을 통해 현관 바깥의 상황을 살폈고, 그 자리에서 경악하며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인터폰 화면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음침한 비주얼의 건장한 남자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맛비를 모두 맞으며 한 손에는 칼을 쥔 채 서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진정하고 천천히 얘기해 봐”
갑작스러운 수진의 이상 행동에 친구가 덩달아 당황하며 말했다. 친구의 휴대폰에서는 희미하지만, 분명히 수진의 옅은 울음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밖에 어떤 남자가 칼을 들고 서 있다고... 우리 집 앞에...”
수진은 휴대폰에 귀를 바짝 갖다 대지 않으면 들을 수 없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잠시만 있어 봐...... 잠시만, 이걸 뭐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전화 끊어 봐. 내가 경찰에 신고해줄...”

“아니! 끊지 마... 제발”
수진이 친구의 말을 잽싸게 끊으며 부탁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야. 신고해야 하는 거 아냐?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닌 거야?”

그때 현관 쪽에서 또 다시 문을 부술 듯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진은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으악! 미친... 씨발 진짜 미친...”

“야, 진짜 안 되겠다. 끊어. 지금 당장 신고하고 바로 전화할 테니까”

친구는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하고서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지 3분 정도가 흘렀을까, 친구에게서 다시금 전화가 걸려왔다. 수진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쩍 들여다본 인터폰 화면에는, 여전히 정체 모를 남자가 잔뜩 흥분한 모습을 하고서 서 있었다.

“...여보세요?”
수진이 전화를 받으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수진아, 경찰이 지금 당장 네 집으로 간다고 했으니까 이제 걱정하지 마. 완전히 미친 놈 아니야? 술 취했으면 곱게 집으로 꺼지면 될 것을, 왜 엄한 곳에 와서 화풀이야... 그것도 칼까지 들고... 그 새끼는 이제 좆된 거야, 미친놈”

“나 진짜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아... 경찰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네 집 바로 앞에 파출소가 있으니까 정말 금방 도착할 거야. 조금만 참아”

친구는 수진을 안심시키기 위해 최대한으로 노력했다. 그때, 수진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부터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내리는 비 사이사이로 번지며 평소보다 더욱 크게 들려왔다.

“왔나 보다!”
친구가 굉장히 반가운 듯이 말했다.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부터 1분 정도가 지났을 때, 경찰 두 명이 수진의 집 앞에 도착했다. 수진은 친구에게 경찰이 왔으니 일을 다 해결한 후에 다시 전화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수진의 집 앞에 도착한 경찰이 현관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경찰입니다! 문 좀 열어주실 수 있을까요?”

수진은 인터폰을 통해 경찰을 모습을 확인하고는, 그제야 안심하며 현관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안녕하세요”

“신고자분이 본인인가요?”
먼저 들어온 경찰이 허리를 숙여 수진의 안색을 확인하며 물었다.

“아니요, 때마침 저랑 통화하고 있던 제 친구가 신고를 해줬어요”

“저희가 접수받은 신고 내용으로는 집 앞에 칼을 든 괴한이 있다고 했는데...”

“네, 맞아요! 문을 막 주먹이랑 발로 부술 듯이 두드리고, 누구시냐고 묻는 말에는 대답도 안 하고, 20분이 넘도록 갈 생각도 안 하더라고요. 비를 잔뜩 맞은 건지, 머리가 완전히 다 젖어있었어요. 무엇보다 칼을 쥐고 있었다고요”
수진이 안도의 눈물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쏟으며 보고 들은 모든 것을 경찰에게 설명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누군가 왔다 간 흔적도 없었고, 그렇다고 누군가 도주하는 것을 목격한 것도 아니라서...”

“진짜 20분이 넘도록 문 앞에 누가 있었다니까요! 진짜...”

“네네, 알겠습니다. 일단 진정하시고 여기에 인적사항 좀 적어주시겠어요?”
경찰이 수진에게 왼손에 들고 있던 수첩과 볼펜을 건네며 말했다.

“이름이랑 주민등록번호만 적으면 되는 건가요?”

“연락처도 함께 적어주셔야 합니다”

“여기요...”

경찰이 수진의 인적사항이 적힌 수첩을 받아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일단 지금으로써는 저희가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래도 말씀해주신 것을 토대로 이 근방에서 수상한 사람이 있는지 한 시간 정도 순찰을 돌고 갈 테니,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다면 빨리 전화주세요”

“...네”
수진이 힘없이 대답했다.

경찰은 수진에게 문단속을 철저히 하라는 말을 남기고는 차로 돌아갔다. 수진은 넋이 나간 얼굴을 하고서 곧장 회사 대리님에게 카톡을 보냈다. 급한 사정이 생겨 월차를 써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근 1시간 동안 받은 충격과 스트레스가 너무 큰 탓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것 같기도 했거니와, 지금 상태로는 내일 날이 밝더라도 현관 밖으로 발을 내디딜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수진은 새벽 내내 두려움에 떨다가, 하늘이 밝아오는 새벽 6시가 다 돼서야 피곤함에 못 이겨 잠이 들었다. 수진은 그렇게 깊은 잠에 빠져 14시간 정도를 잔 후에야 눈을 떴다. 장마철인지라 비는 그칠 생각을 안 하는 듯했다.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탓에 배가 고팠던 수진은, 냉장고를 뒤적거려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빵과 우유를 꺼내 주린 배를 채웠다.

평소 책을 즐겨 읽는 수진은 눈에 보이는 책을 하나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다. 비가 창문에 규칙적으로 부딪히는 소리는 수진이 책 읽기에 한층 더 집중할 수 있게끔 했다. 두 시간 정도 푹 빠져 책을 읽고 있을 때였다. 또 누군가가 현관문을 비상식적으로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수진의 귀에 때려 박혔다. 수진은 요동치는 심장을 뒤로한 채 인터폰을 켜서 바깥을 확인했다. 바깥에는 어제 수진의 집을 찾아왔던 그 괴한이 서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수진은, 곧바로 자신의 휴대폰으로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을 쥐고 있는 수진의 손은 마치 제 것이 아닌 것처럼 후들거리고 있었다.

수진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경찰에게 상황 설명을 하는 중에, 괴한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마구잡이로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이 더욱더 급해진 수진은 경찰에게 거의 애걸복걸하듯 말했다.

“지금 그 사람이 우리 집 현관 비밀번호도 막 누르고 있어요... 제발... 제발 빨리 좀 와주세요... 제발”

다행히도 수진의 집이 파출소와 가까운 곳에 있었던 터라,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늦지 않게 들려왔다. 그런데 그때, 바깥을 확인하기 위해 켜놨던 인터폰에서 묵직하고 어두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미안한데... 나는 포기 안 해. 경찰이 백번 찾아오면, 나는 백번이고 도망갈 수 있거든. 그 말인즉슨, 내가 백번이고 천 번이고 다시 찾아올 거라는 말이지”

수진은 그 말을 듣는 즉시 온몸이 마취총에 맞기라도 한 듯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호흡을 제대로 할 수조차 없었다. 곧바로 경찰이 도착해서 어제처럼 문을 두드렸지만, 현관 쪽으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경찰이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문을 열어달라고 했고, 수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현관문을 열어서 초점 잃은 눈으로 경찰을 맞았다.

“신고 받고 왔습니다. 이번에도 누군가 찾아왔던가요?”
어제 수진의 집에 출동했던 그 경찰이었다. 경찰이 어딘가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이번에는 오시기 직전에 인터폰에다 대고 말까지 걸어왔어요”

“흠... 뭐라고 하던가요?”

“그 미친놈이 내가 경찰을 백번 불러도 계속 도망칠 수 있다고 했어요. 앞으로도 계속 찾아오겠다는 말도 했고요...”
수진은 여전히 경찰의 얼굴이 아닌 허공을 응시하며 읊조리듯 말했다.

“하...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지금 신고자분께 직접적인 피해가 생기지도 않았고, 어제와 오늘 모두 누군가 왔다 간 흔적이 없어요. 어제 순찰 때도 수상한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고요. 혹시 신고자분이 착각하신 건 아닐까요?”

“아녜요... 정말 너무 무책임하게 말씀하시네요”

“저희도 사정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헛걸음하게 되면, 정작 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다른 분들이 피해를 보게 돼요. 저희 입장으로써는 굉장히 곤란합니다. 이만하면 어느 정도 수습이 된 것 같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문단속만 확실하게 해주세요”

경찰은 어제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아주 일반적인 조치만을 취한 후에 돌아갔다. 수진은 경찰이 돌아간 후에도 사그라지지 않는 두려움에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언제고 괴한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그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아침이 밝았음을 알리는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이따금 들려왔다. 수진은 금연 탓에 오랫동안 서랍에 처박혀있던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수진은 담배 하나를 끄트머리까지 모두 피우고 나서야 무언가 결심이 선 듯 최소한의 짐만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그리고는 곧장 이 일이 처음 생겼을 때 통화를 하고 있었던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수진은 친구의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다짜고짜 친구에게 전화해 문을 열어달라고 말했다. 누군가 집에 방문하기에는 굉장히 이른 시간이었기에 친구도 적잖이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수진이 요 며칠간 겪은 모든 일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친구는,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수진을 집으로 들였다. 정신이 반쯤 나간 수진을 마주하고 있자니 친구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수진은 친구에게 당분간만 신세를 지어도 되느냐 물었고, 친구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흔쾌히 수락했다. 그렇게 수진은 한 달 정도 친구의 집에 머물며, 보기 흉할 정도로 흐트러진 마음을 보살폈다.

한 달 후, 수진은 이제 그때의 일을 어느 정도 잊은 듯 보였다. 가끔 친구와 함께 배달 음식을 시켰을 때, 배달원이 초인종을 누르면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라 가슴을 부여잡곤 했지만,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그날따라 집을 너무 오래 비워둔 게 마음에 걸렸던 수진은, 밥을 먹다 말고 친구에게 이제 집으로 돌아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친구는 정 그러면 오늘까지만 자고 내일 날이 밝으면 돌아가라고 했지만, 수진은 정말 괜찮다는 말을 하며 짐을 챙겨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꽤 늦은 시간인 데다 하늘은 칠흑처럼 어두웠지만, 수진은 알 수 없는 모멸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등에 업고 발을 세게 굴렀다.

친구의 걱정을 뒤로한 채 기어코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수진은, 왠지 모를 음산한 기운에 발소리를 최대한 죽여 집 안의 동태를 살폈다. 인간은 본디 자발적으로 위기상황을 만드는 데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했던가, 수진은 알 수 없는 기운에 이끌려 화장실을 향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갔다. 화장실 입구 왼편에 있는 스위치를 켜고 내부를 숨죽인 채 둘러보던 수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화장실 거울에 짐승의 피인지 물감인지 모를 붉은 색의 꾸덕꾸덕한 액체로 쓰여 있는 글씨를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수진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 안면근육 탓에, 입술을 거의 열지 못 하고서 거울에 쓰인 글을 차례로 소리 내어 읽어갔다.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왔는데... 요즘은 어디서 지내? 비밀번호도 간신히 알아내서 집 안에 들어와... 기다린 날도 있었는데... 내일도 또... 올게...? 이게 뭐야... 미친...”

그 순간 현관 쪽에서 누군가가 아주 익숙한 듯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사람은 총 12자리였던 수진의 자취방 비밀번호를 정확하게 입력하고 문을 덜컥 열었다. 수진은 일단 자신이 있던 화장실의 문을 굳게 잠근 채 몸을 숨겼다. 그것은 이미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에게서 도망치는 것이 불가능하다 여긴 수진의 최선이었다.

화장실 밖에서는 신발을 신은 채로 온 집을 배회하는 소리가 들렸고,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방과 베란다 문을 열어젖히는 소리가 순서대로 들렸다. 발소리가 점점 수진이 숨어있는 화장실에 가까워지자, 수진은 혹여 자신의 심장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을까 두려워 죽을힘을 다해 숨을 참았다. 그 순간 화장실 밖에서 쉴 새 없이 저벅거리던 발소리가 멈췄다. 수진은 눈을 깜빡일 틈도 없이 화장실 문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수진에게는 10년 같을 10초간의 완전한 정적이 이어졌다.

그때였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 의문의 사람이 정적을 깨고 발로 문을 세게 차면서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한 달 전, 인터폰을 통해 마주했던 그 남자였다. 수진이 굳게 잠겨있을 거라 믿었던 문은, 성인 남자의 묵직한 발길질 한 방에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그 남자는 그때처럼 한 손에 칼을 든 채 수진의 앞에 섰다. 그리고는 무릎을 굽히고 앉아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수진의 충혈된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은 집에 왔네?”

남자와 눈이 정면으로 마주친 수진은 등을 돌려 화장실 바닥을 처참하게 기어가며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수진은 꿈에서 깼다. 창밖으로는 7월의 억수 같은 장맛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수진의 온 몸은 비를 맞은 것처럼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그제야 수진은 이 한 달간의 모든 일들이 꿈이었다는 것을 인지하고서 안도했다. 지나치게 선명했던 꿈 탓에 마음 한 구석에는 찝찝한 마음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어떻든 상관없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잔 것일까, 수진은 목이 타는 듯한 갈증을 느껴 물을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잔뜩 부은 눈을 비비며 냉장고에서 500mL짜리 생수 한 통을 꺼내 한 번에 들이키고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때까지도 너무 생생하게 기억나는 꿈을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수진은, 자신과 가장 마음이 잘 맞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계는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미친년아...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전화질이야”
수진의 전화를 받은 친구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꿈을 하나 꿨거든? 근데 그게 글쎄...”

수진이 친구에게 말을 하는 도중에 현관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리고는 곧바로 누군가가 문을 부술 듯이 두드렸다. 바로 전에 물을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수진의 입은 찌는 듯이 뜨거운 날의 사막처럼 잔인하게 말라갔다. 용기를 내어 누구시냐 묻는 수진의 말에는 그 어떠한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미친 듯이 불안해진 마음을 뒤로한 채, 수진은 인터폰 화면을 켜는 버튼을 눌렸다. 눈을 게슴츠레 뜨고 화면을 확인한 수진은 찢어질 듯한 괴성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인터폰 화면에는 수진이 조금 전 꿈에서 봤던, 한 달 내내 수진의 흔적을 쫓았던 그 괴한이 한 손에 칼을 쥔 채로 서 있었다.

<데자뷔 살인>


출처
페이스북 새벽 세시 AM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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